라프너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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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바프랑 전하에게.

소인이 36년 동안 인간 사회에서 생활했음에도, 아직 언어적 예법, 문법에 익숙치 않아 부분 부분 예법에 어긋나더라도 양해해 주시길 바라겠습니다.



전하, 소인이 브라빈 왕자님의 교육을 도맡은지 어언 2년이 넘어가고 있습니다.

막내 왕자께서는 시간이 무색하게 빠르게 배우시고, 많은 것을 깨우치고 계십니디만 마음이 조금 여린 분이라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한가지 짚고 나가고 싶은 것이, 마음이 여리다는 말은 결코 '왕위에 오를만한 그릇이 아니다' 라고 말씀드리려는 것은 아니오니 부디 오해하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다른 장성한 첫째, 둘째 왕자 분들처럼 훗날 막내 왕자님께서 나이가 들어 힌스트의 한 주를 도맡아 관리하시어 실전 경험을 쌓게 되면, 분명 지금의 앳된 모습을 탈피하여 어엿한 한 나라의 왕자로서 역할을 충분히 수행해 나가실 거라 보여집니다.


저의 가장 큰 걱정은 막내 왕자님의 주변 환경입니다. 정확히 꼬집어 말씀드리자면 다른 왕자 분들의 성격에 영향을 받을까 저는 두렵습니다.


얼마 전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막내 왕자분이 울면서 저에게 얼마 전 호헨 백작에게 선물 받은 강아지의 시체를 들고 오시더군요. 제가 놀라서 어떻게 된 일인지 연유를 물어보니 다른 왕자분들께서 장난으로 그 강아지를 죽이셨다고 하셨는데, 자세히 알아보니 왕궁 근처 마당에 개미굴이 있고, 셋째이신 노르빈 왕자, 넷째이신 마이런 왕자께서 '덩치가 크니 개미집 하나 정도는 싸워 이길거야'라며 그 어린 축생을 개미굴로 집어 던지셨답니다. 


강아지가 개미들에게 죽은 것은 당연하거니와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절 찾아오기 전에 첫째이신 지그문트 왕자를 찾아가 하소연을 했는데, 오히려 브라빈 왕자님의 뺨을 치며 자신의 물건을 지키지 못한 건 자기 잘못이라며 혼을 내셨다는 군요.


전하, 다른 왕자님들의 이런 행동은 어린 막내 왕자님의 행동에 악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전하께서 몇마디라도 하시어 이런 행동들을 고치게끔 유도해야 합니다. 앞으로 계속 이런 형제들 사이에 끼어있게 되면 막내 왕자분이 어떻게 성장하게 될지는 불보듯 뻔하겠지요.


일전에 제가 전하께 첫째 왕자께서 절 추행하려고 했다는 상소를 올린 적이 있었습니다만, 전하께서는 그게 사소한 오해라고 무마하셨습니다. 가족을 끔찍히 생각하시는 전하를 생각하여 그 때는 제가 참았습니다만, 이번 막내 왕자분의 사건은 절대 물러서지 않겠습니다. 앞으로 전하의 대를 이을 왕자들 중 가장 올곧으며 총명한 것이 브라빈 왕자이신데, 만약 브라빈 왕자께서 삐뚤어지시기라도 하면 교육을 담당했던 제가 훗날 어떤 소리를 듣겠습니까? 저같이 타지에서 온 다른 종족은, 평판이 모든 것을 대변해주기 마련입니다. 부디 굽어 살펴주십시오.




추신. 얼마 전 첫째 왕자님의 처소에 드나들던 시종이 한 명 바뀌었더군요. 시종장에게 한 번 확인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 계시 후 36년, 5월 30일. 라프너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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