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정 이야기'에 해당되는 글 10건

  1. 2016.07.15 갑옷 논쟁 (5)
  2. 2016.04.07 오그세논과 시르카 (9)
  3. 2016.04.06 청마법사 (5)
  4. 2016.01.25 라프너의 편지 (13)
  5. 2015.12.12 뢰베 (11)
  6. 2015.12.11 망치꾼 호튼 (6)
  7. 2015.12.11 흔해빠진 세계관 세계관의 지도 (10)
  8. 2015.11.29 라니르 할벤 (5)
  9. 2015.11.28 히르니르와 노툰 (5)
  10. 2015.11.19 루블린과 빈스덴 (5)

갑옷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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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사귄 요정 친구가 하나 있는데, 언젠가 그가 나에게 와서 이런 말을 했다.


"인간들은 철판떼기를 온 몸에 두르고 도대체 어떻게 싸운다는 거야?"


 요정들은 이따금씩 우리에게 재미있는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우리가 숨을 쉬면서 존재를 쉽게 망각하는 공기처럼, 우리는 너무나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들이 그들의 눈에는 이상하기도 하고, 새롭기도 하니까. 


"요정들은 수천 년 동안 전신 갑옷을 만들지 않았다는 말이야?"

"내 기억 상으로 몇 번 본 적이 있었던 것 같긴 한데, 그걸 입고 있던 놈들은 이미 죽은 놈들 뿐이었어."


 요정들도 쇠를 이용해 갑옷을 만들기도 하지만, 활동성을 위해 전신을 다 쇠갑옷으로 덮는다는 것은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이 수천 년을 살아 온, 그 울창한 숲이 우거진 곳에서 전신 갑옷의 존재는 그저 거치적거리기만 하는 짐일 지도 모르겠다. 


 요정들은 전투를 할 때 항상 허를 찌르는 전술을 사용하며, 개개인의 싸움에서도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아무리 잘 만든 갑옷도, 결국 어딘가엔 틈이 있기 마련이라, 날카롭고 날랜 검을 완벽하게 막을 수 있는 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게 그들의 논리다. 어떤 면에서는 징그러울 정도로 실리주의적 사고방식을 신봉하는 그들이, 자신들의 역사에서 얼마나 쉽게 전신 갑옷을 포기했을지는 불 보듯 뻔했다. 


"뭐 어쩌면 일 대 일로 싸우면 유리할지도 모르겠지만, 전투에서는 좀 다르지 않을까? 전술적인 면에서 육중한 갑옷을 입은 병사들은 움직이는 벽처럼 사용되기도 한다고."

"일 대 일로 싸워서 이길 수 있으면, 백 대 백이든 천 대 천이든 싸워도 이기는 거 잖아?"


 요정들은 인간과 조우하기 전까지는 제대로 된 전쟁을 겪은 적이 없다. 그들은 과거에 긴 기간동안 내전을 겪기도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소규모 전투가 연속적으로 이루어 진 것이고, 우리 인간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전쟁'같이 대규모의 병력이 서로 충돌하는 일이 없었다. 그들은 성격상 단합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처럼 힘들고, 서로 협력하더라도 어디까지나 자신들의 이익을 철저히 계산하여 움직인다. 인간들처럼 권력에 쉽게 굴복하지도 않으니, 제대로 된 군 체계를 정립하기엔 많은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오죽하면 한 인간 장교가 요정들이 읽던 병법서를 한 번 훑어 보고는 우리 것보다 천 년은 뒤떨어진 쓰레기라고 평했다는 이야기가 있었을까?


 요정과 이런 주제로 이야기하고 있노라면 마치 어린 아이와 대화하는 것 같다. 분명 길가에 지나가는 요정이 나보다 나이는 천 살은 더 많을 거고 나보다 많은 것을 알고 있을테지만, 정말 어떤 부분에서는 백지 상태나 다름없고 유치하기 짝이 없다. 


"백 명의 병사들이 갑옷을 입고, 일렬로 서서 전진한다고 치자. 아까 내가 말한 것처럼, 상대방에게는 이게 강철벽이 걸어오는 것 같을 거야."

"백 명의 병사들이 다가오는 동안 오른쪽이나 왼쪽으로 뛰어서 돌아가면 되잖아."

"그러면 벽도 상대가 뛰는 곳으로 방향을 틀겠지."

"그러면 병사들을 둘로 나눠서 양 쪽으로 돌게 하면 되잖아."

"벽도 둘로 나뉘어서 같이 돌겠지."

"그러면..."

"...그냥 말을 말자."


 다음 날 오전에 난 요정 친구에게 내가 알고 있는 귀족 장교의 집을 들러 서로를 소개시켜 줬다. 계속 물고 늘어지는 질문 때문에 머리가 아파왔기 때문에 이 호기심 많은 마귀 같은 놈을 떨쳐내기 위해서는 다른 희생양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내 친구 둘이 서로 인사를 하게 한 후 차를 몇 번 홀짝이다가, 나는 슬며시 볼 일이 있다고 하며 거기서 도망쳐 나왔다.


 집에 돌아와 낮잠을 자고 나니 해가 질 무렵이었고 나는 느긋하게 장교의 집으로 다시 돌아갔다. 시종에게 물어보니 내 요정 친구는 오래 전에 급하게 떠나고 난 후라고 하여, 장교가 인상을 찌푸리며 나에게 삐져 있을거란 생각에 왠지 웃음이 멈추질 않았다. 장교가 앉아있는 방으로 들어갔는데, 놀랍게도 그는 꽤나 만족스러운 얼굴로 담배를 태우고 있는 게 아닌가?


"담배는 어디서 났나?"

"자네 친구가 나에게 줬다네."

"아니, 나도 한 번 얻어 피지 못했는데... 도대체 어떻게 한 거야?"


 장교는 털털하게 웃으면서 이렇게 대답했다.


"그 친구가 자꾸 갑옷~ 갑옷~ 거리길래, 귀찮아서 그냥 창고에서 갑옷 한 벌을 선물해줬더니 실실 웃으면서 품 속에서 주던데?"


 나는 거기서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효율이고 뭐고를 떠나서, 갑옷은 쓰던 말던 집구석에 쳐박아 놓기만 해도 멋진 물건이라는 사실.

아마 내 영악한 요정 친구는 나와 논쟁을 벌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애초에 멋진 갑옷 하나 얻고 싶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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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그세논과 시르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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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담장에서 시비가 붙은 오그세논과 시르카>


요정과 인간이 최초 조우했던 것은 과거 브리오덴의 린하르트 라이히르 왕의 정복 전쟁 막바지 즈음이다.


그렇다면 요정과 인간이 최초로 충돌한 때는 언제인가?

공식적으로는 요정의 존재를 알아내고는 그들을 '정화'하기 위해 원정군을 꾸려 서쪽으로 진군했던

 빛의 교단 마지막 성녀 '발트라우스 라그니'라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야사로는 당시 피르벤의 왕 '은색 숫소 오그세논'의 일화가 가장 먼저라고 전해진다.

간단하게 요약하면 교단 원정군 포로로 있다가 탈출한 오그세논이 요정들에게 발견되어 습격당했고,

반격을 개시해 작은 요정 군대를 몰살시켰다는 이야기다.


이 이야기가 인정받지 못하는 이유는

이야기를 말하고, 인정하는 자가 오그세논 자신 뿐이었기 때문이다.


오그세논은 평생 이 이야기를 자랑처럼 떠들고 다녔는데, 제일 처음 이 이야기를 꺼낸 곳이 하필 왕들의 회담장이었다는 게 문제였다.

왕들의 회담은 요정들이 교단 원정군과 벌어진 전투의 피해를 인간 왕국들에 묻기 위해 시작된 것으로,

교단이 징발한 병력은 분명 각 왕국의 병사들이 맞긴 했지만 자의로 병력을 내어준 것이 아닌 인간 왕들은 기분이 좋지 않았다.

인간들도 교단에 당한 피해자라는 것을 해명했으나 요정들의 언변을 당해낼 수 있는 자가 없었고,

생각보다 피해에 대한 보상 요구가 부담스럽지 않았기 때문에 회담은 별 무리없이 진행됐다.


회담이 끝나는 마지막 날에 큰 연회가 열렸는데, 바로 그 자리에서 술에 취한 오그세논이 처음으로 그 이야기를 꺼냈다.

이야기를 듣는 요정 왕은 덤덤한 표정으로 일관했으나 기분이 좋을 리가 없었다.

이야기를 마친 오그세논이 요정왕 뒤에서 경호를 하던 숲지기(요정족 군인을 칭하는 말이다)를 무시하는 욕을 하고는 술잔을 집어던졌고

술을 뒤집어 쓴 숲지기가 망토를 집어 던지고 오그세논 앞으로 인상을 찌그러뜨리며 성큼 다가와 얼굴에 침을 뱉었다.

그 숲지기는 놀랍게도 여성이었으며, 이름은 '시르카'였다.


순간 연회장은 그 두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싸늘하게 얼어붙었다.

오그세논은 '자신이 치렀던 전투를 이 자리에서 다시 보여주겠다'며 비틀거리는 채로 손을 더듬어 자신의 투구를 찾아 썼고, 

부하들에게 자신의 도끼를 가져오라고 했다.


그걸 지켜보던 시르카는 발로 오그세논의 등을 '기분 나쁘게 슬쩍' 밀었는데, 부아가 치민 오그세논은 바로 등을 돌려 주먹을 날렸다.

시르카는 가볍게 주먹을 피했지만 긴 머리카락이 오그세논에게 잡혀 바닥에 내동댕이 쳐졌다.

이후로 서로 주고 받듯이 주먹 세례가 오가고, 짐승들이 싸우는 것처럼 서로 엉켜서 정말 '추하게' 싸웠다고 한다.


아무리 싸움에 강하다고 정평이 난 오그세논이었지만 그는 사고로 인해 눈이 거의 먼 상태였고, 상대는 요정이었던 게 문제였을까?

결판은 나질 않았고 서로 악에 받쳐서 상대를 정말 죽이려고 하자 그 때 가서야 주변에서 뜯어 말렸다고 한다.

싸우던 두 명은 피와 멍투성이가 되서 연회 자리에서 쫓겨났다.


다음날 아침에 정신을 차린 오그세논이 먼저 요정왕에게 찾아와 자신의 행동을 사과했고,

요정왕은 덤덤하게 자신의 부하가 더 무례했으니 개의치 말라고 한 뒤 회담장을 떠났다.


한 달 뒤에, 회담장에서 요정들은 자신들이 내세운 조건대로 각 나라에 외교 대사들을 임명하여 파견했다. 

브리오덴에는 로나브, 힌스트에는 라프너, 호흐반드에는 밀리안, 세글렌에는 레룸이라는 요정들이 각각 파견되었다.


물론 피르벤에도 요정이 한 명 왔다.

그 요정은 왕궁에 도착하자 마자 왕에게 성큼 다가가더니, 얼굴에 침을 뱉었다.

요정 왕은 뒤끝이 끝내주는 왕이었던 것이다. 



-그레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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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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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다니는 시체를 두려워 하지 말라.

오직 그들만이 네가 찾을 수 있는 최고이 조언가들이다.

-노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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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프너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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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바프랑 전하에게.

소인이 36년 동안 인간 사회에서 생활했음에도, 아직 언어적 예법, 문법에 익숙치 않아 부분 부분 예법에 어긋나더라도 양해해 주시길 바라겠습니다.



전하, 소인이 브라빈 왕자님의 교육을 도맡은지 어언 2년이 넘어가고 있습니다.

막내 왕자께서는 시간이 무색하게 빠르게 배우시고, 많은 것을 깨우치고 계십니디만 마음이 조금 여린 분이라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한가지 짚고 나가고 싶은 것이, 마음이 여리다는 말은 결코 '왕위에 오를만한 그릇이 아니다' 라고 말씀드리려는 것은 아니오니 부디 오해하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다른 장성한 첫째, 둘째 왕자 분들처럼 훗날 막내 왕자님께서 나이가 들어 힌스트의 한 주를 도맡아 관리하시어 실전 경험을 쌓게 되면, 분명 지금의 앳된 모습을 탈피하여 어엿한 한 나라의 왕자로서 역할을 충분히 수행해 나가실 거라 보여집니다.


저의 가장 큰 걱정은 막내 왕자님의 주변 환경입니다. 정확히 꼬집어 말씀드리자면 다른 왕자 분들의 성격에 영향을 받을까 저는 두렵습니다.


얼마 전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막내 왕자분이 울면서 저에게 얼마 전 호헨 백작에게 선물 받은 강아지의 시체를 들고 오시더군요. 제가 놀라서 어떻게 된 일인지 연유를 물어보니 다른 왕자분들께서 장난으로 그 강아지를 죽이셨다고 하셨는데, 자세히 알아보니 왕궁 근처 마당에 개미굴이 있고, 셋째이신 노르빈 왕자, 넷째이신 마이런 왕자께서 '덩치가 크니 개미집 하나 정도는 싸워 이길거야'라며 그 어린 축생을 개미굴로 집어 던지셨답니다. 


강아지가 개미들에게 죽은 것은 당연하거니와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절 찾아오기 전에 첫째이신 지그문트 왕자를 찾아가 하소연을 했는데, 오히려 브라빈 왕자님의 뺨을 치며 자신의 물건을 지키지 못한 건 자기 잘못이라며 혼을 내셨다는 군요.


전하, 다른 왕자님들의 이런 행동은 어린 막내 왕자님의 행동에 악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전하께서 몇마디라도 하시어 이런 행동들을 고치게끔 유도해야 합니다. 앞으로 계속 이런 형제들 사이에 끼어있게 되면 막내 왕자분이 어떻게 성장하게 될지는 불보듯 뻔하겠지요.


일전에 제가 전하께 첫째 왕자께서 절 추행하려고 했다는 상소를 올린 적이 있었습니다만, 전하께서는 그게 사소한 오해라고 무마하셨습니다. 가족을 끔찍히 생각하시는 전하를 생각하여 그 때는 제가 참았습니다만, 이번 막내 왕자분의 사건은 절대 물러서지 않겠습니다. 앞으로 전하의 대를 이을 왕자들 중 가장 올곧으며 총명한 것이 브라빈 왕자이신데, 만약 브라빈 왕자께서 삐뚤어지시기라도 하면 교육을 담당했던 제가 훗날 어떤 소리를 듣겠습니까? 저같이 타지에서 온 다른 종족은, 평판이 모든 것을 대변해주기 마련입니다. 부디 굽어 살펴주십시오.




추신. 얼마 전 첫째 왕자님의 처소에 드나들던 시종이 한 명 바뀌었더군요. 시종장에게 한 번 확인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 계시 후 36년, 5월 30일. 라프너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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뢰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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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오덴의 암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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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치꾼 호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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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튼에 대해서는 많은 것을 알 수 없다.

그는 힌스트에서 실종되었던 브리오덴의 왕녀 뢰베가 고향에서 다시 모습을 나타냈을 때부터 함께 있었다고 한다.

항상 왕녀의 곁에 머물며 그녀를 지켰으며, 브리오덴의 후계자의 자리를 걸고 왕자와 왕녀의 군대가 격돌했을 때 

많은 공을 세워 남작 지위를 얻었고, 항상 망치 모양의 문장과 갑옷 장식, 무기를 쓰기 때문에 망치꾼으로 불린다.


왕녀가 특별히 이 자를 아꼈는지 본래는 백작 지위를 내리기로 했지만, 

왕녀파의 주 지지세력이었던 북부 영주 연맹들이 그의 출신을 의심을 하고 반대하여

왕녀의 마음대로 그를 높은 지위에 그를 앉힐 수가 없었다.




항상 왕녀와 붙어다녀 염문설을 많이 뿌려대기도 하지만 확실한 것은 없다.

북부 영주 연맹의 왕녀 지지도 후일 그녀가 즉위했을 때, 연맹주 바이런 뮈라 백작의 장남과 혼인을 빌미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후일 왕녀의 행보를 궁금해 하고 있지만... 만약 소문이 사실이라면 왕녀가 과연 북부 연맹을 배신할 만한 배짱이 있을지 모르겠다.





 흔히들 왕녀가 힌스트에서 실종된 것이 이자의 소행이 아닌가 하는 추측도 하지만

추측은 어디까지나 추측일 뿐이겠지.


어떤 사람들은 그가 호흐반드 출신이라고 한다.

호흐반드에서는 옛부터 유명한 석공들이 많았고, 실제로 호흐반드 귀족들은 대부분 석공 출신이라는 말도 있다.

왕녀와 함께 모습을 드러낸 곳도 호흐반드 접경 지역과 가까운 브리오덴의 북부였고

호튼이 망치를 문장으로 사용하는 게 호흐반드와 관련이 있을거라고 생각하는 자들이 많다.

뭐 이것도 추측일 뿐이지만...



-그레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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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해빠진 세계관 세계관의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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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연재중인 [새벽을 얽매는 뱀]과 [아스타드 왕립 유랑극단] 시점의 세력도는 대략 이렇습니다.

새벽을 얽매는 뱀 프롤로그에 지도가 한장 등장하죠?

바로 이 지도가 프롤로그에 나오는 지도입니다.

이 곳은 어디일까요?


바로 이곳에 해당하는 위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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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니르 할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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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벽의 왕자, 라니르 할벤.

그에게 있어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의 예술적인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수 많은 환쟁이와 글쟁이, 딴따라가 호흐반드로 모여드는 이유가 순전히 그의 눈에 들기 위해서고, 실제로 아무 능력도 없는 예술가라도 그에게 작은 인상만 줄 수 있다면 후원 받는 것은 어렵지 않다. 나, 그레고리도 왕자의 후원을 받아 작품을 쓴 적이 있다. (그렇다고 내가 그런 능력없는 부류라는 것은 아니다.) 라니르 자신의 예술적 감각이 뛰어남은 물론이고, 외모 또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는 각 예술 부문에서 독자적인 기법이나 도구를 창시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다만 두 악기를 합쳐 만들어낸 팔현금은 실패작이라고 평가되지만… 자기 자신은 애써 부정하고 항상 끼고 사는 것 같다. 

하지만 사람은 완벽하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성격이나 정치적 능력에는 의구심을 품는다. 그의 삼촌인 섭정 벤텔이 나라를 대신 돌보고 있지 않았다면 호흐반드는 이미 망했을 거라고 한다.

-그레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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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르니르와 노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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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르니르의 초상화는 그녀에게 허용된 마지막 허영이었다.

여왕이 되기 앞서 목숨을 끊어야 했던 그녀는, 자신이 죽은 뒤에 현생의 가치가 무의미해질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마지막 순간을 기록하길 원했던 것이다.


궁정화가를 불러 초상화를 그릴 때, 그녀는 여왕의 옷을 입고 칼을 목에 가져다 댄 채로 자세를 취했다.

스승인 노툰은 그런 그녀를 맞은 편에서 무덤덤하게 바라보고 있었는데, 제자는 스승에게 자신의 옆에 서주길 청했다.

스승은 부질없는 행동임을 알면서도 제자의 청을 들어주었다.

생전의 마지막 소원이지 않은가?


히르니르의 초상에는 그렇게 스승과 제자가 함께 그려지게 되었다.

그림이 완성되자 히르니르는 스스럼 없이 자신의 목을 그었고, 몇 분이 지나지 않아 생기 없는 눈을 뜨며 다시 일어났다.

제자는 무표정하게 자신의 초상화를 한참을 바라보다가 화가에게 그림을 버리라고 했다.


화가는 그림을 버리지 않았고, 후에 여왕이 만들어 쌓은 수많은 시체들 중 하나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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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블린과 빈스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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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타드 왕립 유랑극단 38화 中








'루블린 라이히르'는 대륙 동부의 강대국, 브리오덴을 건국한 시조이다.

그런데 지금도 많은 브리오덴 사람들은 자신들의 시조를 부끄러워 하는 경향이 있다.


그 이유는 이러하다.


그의 인간성이 개차반이었다는 게 엄청난 흠이었다.

크고 강한 나라를 세웠지만 그가 통치하는 동안 민초들에게 무거운 세금을 물린 것은 기본이고 주변 나라들에게 땅을 계속 팔아먹어 자신의 돈자루를 불렸는데, 먼 훗날 정복왕 '린하르트 라이히르'가 군사를 일으켜 서부 정벌을 떠나기 전까지 브리오덴이 작은 약소국으로 남았어야 했던 이유가 바로 루블린 때문이었다고 생각하면 어찌 아무리 자신들의 시조라도 좋아할 수 있으랴.


그의 인간성을 대변해주는 유명한 일화가 하나 있다.

바로 힌스트의 시조 '빈스덴 이스겐'과 일전을 벌였을 때의 이야기다.


당시 루블린은 아스타드 통일왕국(당연히 당시엔 그냥 '왕국'이라고 불렸겠지.)의 왕세자였고, 빈스덴은 아스타드의 왕 '라이히르'의 기사였다.(아스타드의 마지막 왕 라이히르에게는 성씨만 전해져 내려와 본명을 알 수 없다.)

아스타드 왕국은 그 끝이 좋지 못하였는데, 나라가 쇠락하였을 때 '마지막 왕' 라이히르는 나라의 터가 좋지 않다는 점괘만을 믿고 무작정 동쪽으로 줄행랑을 쳤기 때문이다. 왕이 늙은 노인의 헛소리만을 믿고 무책임하게 떠나니 내외부적으로 많은 혼란이 일어났고, 많은 영웅들이 이 때를 노려 추종자를 끌어모아 나라를 세웠다. 


루블린과 빈스덴도 그 영웅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왕세자였던 루블린은 아버지를 따르다가, 동쪽 벽에 다다르자 벽을 넘을 방법이 없다 생각해 아버지를 버리고 뛰쳐나와 벽을 따라 남쪽으로 향했고,(나중에 다시 가보았을 때 라이히르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는 것도 유명한 이야기다.) 빈스덴은 일찌감찌 나라가 쇠함을 알아채고 자신이 세울 나라의 터를 둘러보고 있었다.



빈스덴은 수려한 외모와 그가 쌓은 인덕으로 명성이 자자했고, 자연스레 수많은 사람을 모았으나 이에 반해 루블린은 왕세자의 신분이었어도 괴팍하고 욕심많은 성격에 말도 못할 추남이라, 항상 투구로 얼굴을 가리고 다니는 자였으니… 그를 따르는 무리가 처음에는 많았어도, 점점 떨어져 나가 소수만이 남게 되었다.


빈스덴은 말 타기를 좋아하고 승마 실력이 뛰어난 사람이었는데, 그는 식사도 잠도 말 위에서 청할 정도로 말을 좋아했다. 루블린이 그런 그를 가르켜 '말박이(말이랑 박아대는 놈이라는 뜻이다.)'라고 놀리길 좋아했는데, 이런 모욕도 빈스덴은 실실 웃으며 넘겼다. 아무튼, 자신의 나라가 말이 뛰놀 수 있는 넓은 벌판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수많은 추종자와 함께 아스타드 중부의 넒은 초원에서 강을 낀 땅을 거점으로 삼아 '힌스트'라는 나라를 세우고 기반을 다지기 시작했다.


반면 루블린은 처음엔 자신의 수도로 돌아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나라를 유지하려고 했으나, 동쪽 벽까지 갔다 오는 중에 아스타드는 이미 파탄이 나있었다. 안그래도 여행 도중 숱한 인재들이 도망치거나 병으로 죽어 진퇴양난에 빠진 그는 빈스덴에게 도움을 청하게 된다.


빈스덴은 루블린에게 쇠락한 나라의 이름을 버리고 새로운 이름과 터를 잡으라고 조언했으며… 비록 나라가 망했어도 빈스덴은 명예로운 자였기 때문에, 자신이 모시던 왕세자에게 힌스트 동남부의 땅을 조금 내주기까지 했다.


루블린이 새로운 나라 '브리오덴'을 세웠을 때, 그 성격에 나라를 말아먹을 것은 뻔할 뻔 자였다.

그는 빠르게 나라와 인망을 잃고 혼자가 된 채로 대륙을 떠돌았다. 그는 깡패 기사라고 불리우며 온갖 더러운 일을 하다가 현재 브리오덴 남서부 '안개 숲'에 거점을 잡고 도적단의 두령이 되어버렸다.


그러던 어느 날, 잠 자던 루블린은 꿈 속에서 하얀 옷을 차려입은 방랑자가 그의 산채를 찾아온 것을 봤다.

그는 루블린은 물론, 그의 수하들을 간단하게 제압하고는 그에게 이런 말을 한다.


"네가 마지막 남은 왕의 혈통임을 잊었느냐? 내가 너에게 세상을 짓밟고 찢어놓을 짐승 한 마리를 줄테니 그걸 이용해 나라를 세우거라. 나라를 세우게 되면 나에게 작은 성을 하나 다오."


그러자 루블린은 어이가 없었는지 너털웃음을 지으며 이렇게 되물었다.


"그 성이 얼마나 작든 상관없소?"

"작으면 작을 수록 좋다."


꿈에서 깬 루블린은 자신의 부하들이 모두 피주검이 되어 죽어있고, 그걸 뜯어먹고 있던 거대한 괴물 한 마리를 보았다.

루블린은 기겁하며 땅바닥에 주저 앉았으나, 괴물이 그를 주인처럼 따르는 것을 보고 등에 올라탔다.

그는 괴물을 '사자'라고 불렀으며, 이후 이 사자는 브리오덴을 상징하는 동물이 된다.


그는 사자를 이용해 살육과 혼란을 일으키며 재기하려 했다.

빈스덴과 방법은 달랐어도 공포심으로 사람을 따르게 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었고, 자신이 말아먹었던 브리오덴을 재건하고 힌스트의 땅을 갉아먹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그 때부터 그를 '사자 등에 앉은 루블린'이라고 불렀다.


세력을 불려나가자 힌스트와의 일전은 불가피했다.

힌스트는 대륙 중부를 아우르는 거대한 땅을 가진 나라였기 때문이었는데, 처음에는 빈스덴이 루블린을 설득해 전쟁을 막아보려고 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루블린의 욕심은 끝이 없었다.

수많은 영토가 사자의 발톱에 짓밟히고 찢겨나가 망했다.(사자가 할퀴고 간 곳은 실제로 지명으로 까지 남아있다.이 동화가 진실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빈스덴은 루블린을 막지 못하면 자신의 나라의 운명도 과거 아스타드의 그것을 따라갈 것이라 직감했다.


사자 등에 앉은 루블린과 빈스덴이 이끄는 기병대가 결국 서부 평야에서 격돌하게 된다.(현재 은색 장벽이 있는 위치.) 전투는 하루 종일 계속 되었다고 전해진다. 빈스덴의 기병대는 사자 한 마리에게 모두 죽어나간 상태였지만 사자를 지치게 만들 수는 있었다. 빈스덴은 용감하게 자신의 창을 들고 지친 사자에게 뛰어들어 대가리에 창을 꿰었고, 괴물은 거친 숨을 몰아내쉬며 땅에 쓰려졌다. 사자를 쓰러뜨린 빈스덴은 승리감에 고취되었지만 그것도 잠깐이었다. 사자 등 위에서 루블린이 뛰어내려 검으로 그의 목을 쳤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죽음도 눈치채지 못한 표정을 한 채, 힌스트의 시조는 허무하게 목이 잘려 나갔다.


왕이 사라진 힌스트의 성들은 루블린의 검에 차례차례 무너져 나갔다. 

힌스트의 어린 왕자을 모시던 충신들이 모여 필사적으로 루블린을 막았을 때는 이미 힌스트 영토 절반이 브리오덴으로 넘어간 후였다.


브리오덴은 그렇게 세워진 나라였다.

(힌스트와 브리오덴이 지금까지도 서로 못 죽여 안달인 것도 모두 이 설화에서부터 유래된다.)


이후의 이야기는 처음 서술했던 바와 같다.

루블린은 호흐반드와 힌스트에게 땅을 팔아넘겼고 국고를 탕진해가며 나라를 쇠약하게 만들었다.

결국 대륙 동부 끄트머리까지 몰려 작은 약소국이 되었다.


루블린의 욕심과 치졸함은 과거부터 지금까지 두고 두고 손가락질을 받는다.

브리오덴 왕가에서는 왕자나 왕녀가 태어나면, 루블린의 일화를 머릿 속에 새겨 그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하는 교육을 일찍부터 받기도 한다.


나는 이따금씩 생각한다.

설화에서 하얀 옷의 방랑자가 내어준 사자라는 짐승을 말이다.

세상을 짓밟고 찢어버린 사자는 혹시 루블린 그 자신이 아니었을까? 하고….

(아, 루블린은 미루고 미루다가 종국에 가서야 방랑자와의 약속을 지켰는데, 방랑자에게 양도한 성은 과거 고트부르크, 현재는 서부 관문이라 불리는 곳이다. 그렇다, 그 곳은 빛의 교단이 생겨난 곳이다. 루블린의 인성은 어딜 가지 않아서, 양도할 당시에는 아주 작은 마을이었다고 한다.)


-그레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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